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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 작가 고골의 생애와 작품 외투

by hokmadd 2024. 2. 19.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 고골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골의 생애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은 1809년 우크라이나의 폴타바에서 태어나 1852년 모스크바에서 사망했습니다. 열한 살에 네진에 있는 김나지움에 입학, 1828년 졸업하자마자 출세의 꿈을 안고 페테르부르크로 상경했습니다. 배우로서 첫 도전에 실패한 그는 1831년과 1832년에 각각 『지칸카 근교의 야화1, 2부를 발표하면서 작가로서 큰 성공을 거둡니니다. 이어 1835년에는 아라베스키와 『미르고로 드』『미르고로 드』를 발표해 성공의 가도를 이어갔습니다. 1836년에는 희곡 검찰관을 초연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으나, 비평가들과 대중들이 그의 작품을 사회 풍자극으로 잘못 이해하자 크게 실망하여 러시아를 떠납니다. 1848년 러시아로 돌아오기까지 그는 12년 간 로마에 머물렀습니다. 이 시기 중 1842년에는 단편 외투를 썼고, 특히 장편소설 죽은 혼1권을 발표했습니다. 죽은 혼2권은 1845년에 집필이 완료되었으나, 고골은 출판하지 않고 원고를 불태워버렸습니다. 그 후 고골은 성지 순례를 다녀오고 기도와 금욕적인 수행에 몰두하는 등 종교적인 세계에 함몰되어 갔습니다. 1852년에 죽은 혼2권을 새롭게 쓴 그는 원고를 자신의 영적 지도자인 정교 사제 마트베이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마트베이로부터 종교적인 부분에 대해 비판을 듣고 그는 다시 원고를 불태워버렸습니다. 극도의 우울증과 신경불안 상태에서 그는 열흘 후 사망했습니다.

 

 

고골의 작품 세계

   고골은 푸쉬킨과 동시대를 살면서 그의 문학적 후배를 자처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문학적 경향은 푸쉬킨과는 사뭇 대조됩니다. 푸쉬킨의 작품에도 환상적인 경향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환상성이 푸쉬킨 작품의 지배적인 특징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고골의 세계는 온통 환상과 그로테스크가 지배합니다. 코가 사람이 되어 돌아다니는가 하면, 페테르부르크 밤거리에 유령이 출몰하기도 합니다. 한편, 푸쉬킨의 언어가 간결하고 단순하며 아름다운 러시아의 일상어를 선보인다면, 고골의 언어는 복잡하고 구문이 까다롭습니다. 그러나 그의 언어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러시아적인 유머로 가득 차 있습니다.

   고골은 당대 최고의 비평가 벨린스키에 의해, 비판적 사실주의의 대가로 불렸습니다. 푸쉬킨이 잉여인간을 통해 당대 현실을 비판했다면, 고골은 동시대인들의 부정적 속성을 범속성으로 규정했습니다. 범속성이란 물욕, 성욕, 명예욕 등 세속적 욕망의 집합체로, 보이는 것만을 추종하며 사회가 만들어놓은 가치기준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고골은 외모와 관등을 인간 내면의 가치보다 훨씬 중시하는 사회의 왜곡된 가치를 가차 없이 풍자했습니다. 고골이 본 러시아 현실은 실제 모습보다 더 뒤틀리고 과장된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정확히 러시아 사회의 문제점과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있었습니다. 사회와 인간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특유의 유머로 드러나는데, 그 유머는 너무나 통렬해서 눈물을 머금은 웃음이라는 독특한 표현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후 러시아 문학에서 고골은 푸쉬킨과 더불어 모든 작가들의 대선배로 추앙받게 됩니다. 20세기는 거의 고골이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벨르이, 불가코프, 조센코 등 많은 작가들에게서 고골의 흔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을 뿐 아니라, 포스트 소비에트 시대인 현재까지도 그의 문학적 영향력은 여전히 쇠하지 않고 있습니다.

 

 

고골의 대표작 : 「외투

   「외투1842년에 쓰여 이후 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하는 다섯 편의 단편을 모은 페테르부르크 이야기에 수록되었습니다. 고골 문학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면서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 내용으로 고골의 대표작으로 소개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오네긴이 잉여 인간의 전형이라면,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작은 인간의 전형입니다. 작은 인간이란 역시 19세기 러시아 문학이 창조한 부정적인 주인공 형상입니다. 작은 인간은 엄격한 관등 질서의 체계 안에서 낮은 관등에 위치한 사람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잉여 인간이 러시아의 상류 귀족층에서 출현했다면, 작은 인간은 관직 사회의 하층에서 탄생했습니다. 작은 인간은 단지 낮은 사회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매우 위축되어 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타인의 무시와 조롱을 당하면서, 자신도 스스로를 하찮게 여깁니다. 그 결과 소설의 주인공 아카키는 다른 사람들과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자신만의 자폐적인 세계인 글을 정서하는 일 속에서 위안을 찾습니다. 동료들에게 모욕을 당하다 못해 한번 아카키가 내뱉은 나도 당신들의 형제요.”라는 말은 이 소설을 상징하는 구절이 되었습니다. 이 구절 덕분에 이 소설은 모욕당하고 상처 입은 인간에 대한 연민과 동정을 담은 박애주의적 문학을 대표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도스토옙스키의 초기 소설을 비롯해 박애주의적 성향은 러시아 문학의 중요한 특징으로 자리 잡습니다..

   오네긴보다 더 단조롭고 판에 박힌 생활을 반복하던 아카키에게 커다란 사건이 발생합니다. 매서운 페테르부르크 겨울이 닥쳐왔는데 오래된 외투가 낡아 더 이상 입을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그는 고심하다 지독한 내핍생활을 견뎌내며 새 외투를 장만합니다. 그런데 외투를 처음 입고 출근한 그날 밤 그는 정체 모를 괴한들에게 외투를 강탈당합니다. 그는 외투를 되찾기 위해 고위급 인사를 찾아가지만 호통만 당하고 충격을 받은 채 집에 돌아와 며칠 후 허망하게 숨을 거둡니다. 그 후 페테르부르크에는 유령이 나타나 사람들에게서 닥치는 대로 외투를 빼앗습니다. 아카키에게 호통을 쳤던 고위급 인사가 외투를 빼앗기고 나자 유령은 마침내 사라집니다.

 

 

외투」 작품의 의의

   외투를 얻고 상실하는 것은 아카키 인생 최대의 사건입니다. 그에게 외투는 도대체 어떤 의미를 지녔던 것일까요. “이때부터 그의 존재는 보다 완전해진 것 같았고 마치 결혼한 것 같기도 했고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 같았으며, 혼자가 아니라 일생을 함께 하기로 한 마음에 맞는 삶의 동반자를 만난 것 같았습니다. 그 동반자란 다름 아니라 두꺼운 솜과 해지지 않는 튼튼한 안감을 댄 외투였던 것입니다.” 아카키에게 외투는 겨울의 한파에서 자신의 몸을 보호해 주는 옷보다 훨씬 큰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외투는 육체의 추위보다 오히려 그의 마음의 한기를 감싸주는 존재로 인격화됩니다. 평생을 외롭게 타인과 단절되어 지냈던 그에게 드디어 삶을 함께 할 수 있는 동반자, 즉 오십이 넘은 독신자에게 결혼 상대라도 나타난 것 같았던 것입니다. 아무리 소중하다 해도 사물에 불과한 외투에 어떻게 이 정도까지 거대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단 말인가요. 게다가 그 외투를 잃었다고 해서 사람이 죽음에 이른다는 것이 도무지 있을 수 있는 일인가요. 분명 아카키의 심리는 정상의 궤도를 벗어나 있으며, 독자의 동정과 안타까움을 자아낼 수는 있을지언정 공감을 얻어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카키와 같은 인물이 생겨나게 된 것일까요. 그와 같은 작은 인간은 어떻게 해서 출현하게 되었을까. 작은 인간은 표트르 대제의 서구화 정책으로 인한 관등 체계가 만들어낸 인물형입니다. 인간보다 관등이 더 중요한 사회, 인간이 아닌 제복이 거리를 활보하고 관등에 의해 모든 가치가 규정되는 병든 사회가 만들어낸 인물인 것입니다. 고골은 작은 인간을 통해 관등이 인간을 대체해 버린 사회의 병리 현상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회에서는 다양한 병리적인 이상 심리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 반 세기 후 체홉의 작품에서도 작은 인간의 병리적 심리가 변형되어 나타나고 있습니다.